옛날에....그러니까 한 7~8년 전쯤 학교에서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일본 소설이 유행했었다. 재미있다는 친구들의 강추에 한번 읽어 봤지만 30쪽도 넘기지 못했고(왠지 소설이 밋밋했음...열정적인 사랑이야기였겠지만..;;) 그 이후로 일본 소설은 내게 물많이 탄 미지근한 커피처럼 밍숭맹숭하게 다가왔다. 한참후에 일본 추리소설을 읽고 난 뒤에 이러한 생각을 조금 고쳐 먹었지만 그래도 내겐 일본 소설하면 물많이 탄 커피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가 우연히(강조) 동생방 책장에 '텐텐' 이라는 일본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다. 원래 일본소설은 간단히 무시했었지만 그날은 할것도 없고 해서 그냥 읽었다. 책 커버에 적혀 있는 '두 남자의 기묘한 도쿄 산책' 이라는 문구에 끌렸던것도 같다....물론 여기서 내가 끌린건 '두 남자'가 아니가 '기묘한'이다(오해하지 말길-_-).
내용은 간단하다 21세의 대학생이 스트리퍼 여자친구 때문에 빛을 지게 되어 도망가게 되는데 채권자로부터 대신 빚받으러 온 빚쟁이가 주인공에게 자신과 같이 도쿄 여행을 하고 나면 100만엔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주인공이 떡밥을 덥석 물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다. 게다가 빚쟁이는 '욱'하는김에 아내를 한대 쳤는데 그만 아내가 죽어버렸고 주인공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_-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는 분명 자기 부모를 좋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책 속에서 양친이 있거나 부모에게 지나친 애정을 받은 인물들은 기가찬 생각을 하거나(엄마의 불륜을 목격하고 이것을 빌미로 엄마를 협박하겠다는 초등학생),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개구리(?)를 버렸다고 부모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부잣집 도련님), 자살소동(홀어머니 밑에서 지나친 관섭과 애정을 받아 어머니의 뜻대로 사회부 기자가 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소동)을 벌이거나 스트리퍼(잘나가는 집안의 딸이지만 형부를 유혹한뒤 집을 나가버림-_-)가 된다.
반면에 정상적이지 못한 부모 밑에서 자란 주인공은 의젓하게(?) 자라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스트리퍼였던 애인때문에 빚을 져서 쫒겨 다니고 있지만....
게다가 주인공 아저씨조차 요즘 일본 청년들은 매가리(의욕의 경상도 사투리)가 없는데 이건 전부다 자식을 과잉 보호 하는 부모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정 나이가 된 어린이들은 국가가 강제로 기숙사 같은데 넣어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0- 물론 나는 작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여튼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선 여러 생각할 거리는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몇달이 지난뒤 동생하고 이야기 하다가 '텐텐' 이야기가 나왔다.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나는 동생에게 "제목이 '텐텐' 인건 20대가 되면서 어른이 됬지만 아직도 부모에게 휘둘리는 청년들을 '10대+10대' 라는 표현을 써서 '텐텐' 인건가?" 하고 말했고 동생은 나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산책이 일본말로 '텐텐'임-_-"
그순간 쪼~~~~금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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